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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상(性相)과 형상(形狀)

모든 피조물은 우선 원상(原相)을 닮은 속성, 즉 성상과 형상의 두 측면을 지니고 있다. 성상은 기능이나 성질 등 보이지 않는 무형적인 측면이요, 형상은 질료(質料)와 구조, 형태 등 유형적인 측면이다. 먼저 광물(鑛物)에 있어서의 성상은 물리화학적 작용성이며, 형상은 원자나 분자에 의해 구성된 물질의 구조, 형태 등이다. 식물(植物)에는 식물 특유(特有)의 성상과 형상이 있다. 식물의 성상은 생명(生命)이며, 형상은 세포와 세포에 의해 구성된 조직, 구조 즉 식물의 형체이다. 생명은 형체속에 잠재하고 있는 의식(意識)으로서, 목적성과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생명의 기능은 식물의 형체를 통제하면서 성장시켜 가는 능력 즉 자율성(自律性)인 것이다.

식물은 이와 같은 식물 특유의 성상과 형상을 지니면서 동시에 광물 차원의 성상적 요소와 형상적 요소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식물은 광물질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動物)에는 식물의 차원보다 더 높은 동물 특유의 성상과 형상이 있다. 동물의 성상이란 본능을 말한다. 그리고 동물의 형상은 감각기관이나 신경을 포함한 구조와 형태 등이다. 동물도 역시 광물질을 갖고 있어서 광물 차원의 성상과 형상을 내포하고 있고 또 식물 차원의 성상과 형상도 내포하고 있다. 동물의 세포나 조직은 모두 이러한 식물차원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영인체(靈人體)와 육신(肉身)으로 구성된 이중적 존재(二重的 存在)이다. 따라서 인간은 동물의 차원보다 더 높은 특유의 성상과 형상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특유한 성상이란 영인체의 마음인 생심(生心)이며, 특유한 형상이란 영인체의 몸(體)인 영체(靈體)이다. 그리고 인간의 육신에 있어서 성상은 육심(肉心)이고 형상은 육체(肉體)이다.

그런데 인간의 육체(肉體) 속에도 광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인간은 광물차원의 성상과 형상을 지니고 있다. 또 인간은 세포나 조직으로 되어 있어서 식물차원의 성상과 형상도 지니고 있다. 또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감각기관과 신경을 포함한 구조와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 동물의 성상과 형상을 또한 함께 갖고 있다. 인간(人間)속에 있는 동물차원의 성상 즉, 본능의 마음을 육심(肉心)이라 하고 영인체의 마음을 생심(生心)이라고 한다. 이리하여 인간의 마음은 본능(本能)으로서의 육심과 영인체의 마음인 생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육심의 기능은 의-식-주-성(衣·食·住·性)의 생활을 추구하며, 생심(生心)의 기능은 진-선-미-애(眞·善·美·愛)의 가치를 추구한다. 이 육심과 생심이 합성일체화한 것이 바로 인간의 본연(本然)의 마음(本心)이다.

여기서 인간의 영인체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육신은 만물과 동일(同一)한 요소로 되어 있어서 일정한 기간동안에만 생존(生存)한다. 한편 영인체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영적 요소로 되어 있어서 영원히 생존(生存)하며, 그 모습은 육신과 다를 바 없다. 육신이 죽게 되면 마치 낡은 의복을 벗어 버리듯이 영인체는 육신을 벗어 버리고 영계에 들어가 그곳에서 영원히 산다. 한편 영인체도 성상과 형상의 이성성상(二性性相)으로 되어 있는 바, 영인체의 성상(마음)은 생심이며 형상(몸)은 영체(靈體)이다. 영인체의 감성(感性)은 육신 생활중 육신과의 상대적 관계에서 발달한다. 즉 영인체의 감성은 육신을 터로 하고 성장(成長)한다. 따라서 인간이 지상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다가 타계(他界)하면, 영인체는 영계의 충만한 사랑속에서 영원히 기쁨의 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지상에서 악(惡)한 생활을 하면 사후(死後)에는 악한 영계에 머물게 되어서 고통의 생활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인간은 광물, 식물, 동물의 성상과 형상을 모두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터 위에 더욱 차원 높은 성상과 형상, 즉 영인체의 성상과 형상까지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만물의 요소를 모두 총합적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을 만물의 총합실체상(總合實體相) 또는 소우주(小宇宙)라고 부른다. 이상의 설명에서 광물, 식물, 동물, 인간으로 존재자의 격위가 높아감에 따라서 성상과 형상의 내용이 계층적으로 증대(增大)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존재자에 있어서의 성상과 형상의 계층적 구조(階層的 構造)'라고 한다. 도표로 표시하면 그림 2-1과 같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함에 있어서 광물, 식물, 동물, 인간의 순서로 창조할 때, 새 차원의 특유한 성상과 형상을 다음 단계의 피조물에 더해 가면서 창조를 계속하다가 마지막으로 최고 차원의 인간의 성상, 형상을 만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창조를 함에 있어서 마음속에 먼저 성상과 형상의 통일체인 인간을 구상하셨다. 그 인간의 성상과 형상에서 차례차례로 일정한 요소를 사상(捨象(省略))하여 차원을 낮추면서 동물, 식물, 광물을 구상하신 것이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내에 있어서의 실제의 창조는 그 반대 방향으로 광물에서 시작하여 식물, 동물, 인간의 순서로 행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인간의 성상과 형상은 광물, 식물, 동물의 각각 특유한 성상과 형상이 쌓여서 된 것처럼 보여진다.

그림 2-1. 존재자의 성형의 계층적구조...
그림 2-1. 존재자의 성형의 계층적구조

인간의 성상과 형상이 계층적(階層的)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그림 2-1)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첫째로, 인간의 성상은 계층성(階層性)을 지니면서 동시에 연속성(連續性)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한다. 즉 인간의 마음은 생심과 육심으로 되어 있으며, 생심과 육심은 서로 연속되어 있다. 그래서 생심으로써 육심(本能)을 조절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 인간의 마음은 생명(자율성)과도 연결(연속)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마음이 자율신경(自律神經)을 조절할 수는 없으나, 훈련에 의해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예컨대 ‘요가’의 수행자(修行者)는 명상에 의해 심장의 고동을 자유로이 증감시킬 수 있으며, 때로는 멈추게 할 수도 있다.

또 마음은 체내의 광물질의 성상과도 통해 있다. 즉 인간의 마음은 대내적(對內的)으로 뿐 아니라 대외적(對外的), 체외적(體外的)으로 다른 광물이나 식물의 성상과도 통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염력(念力) 에 의해서 물리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이나 식물은 물론 물질(광물)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밝혀져 있다. 한편 동물, 식물, 광물이 인간의 마음에 반응한다는 사실도 알려지고 있다. 예컨대 식물의 경우, 미국의 거짓말탐지기 검사관(檢査官)인 크리브 백스터가 실험을 해서 얻은 ‘백스터 效果’가 그 하나의 예이다. 그리고 광물이나 소립자도 자체내에 예지(叡智)나 사고력(思考力)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행해지고 있다.

둘째는, 인간의 성상·형상의 계층적구조는 생명의 문제에 대하여 중요한 사실을 시사(示唆)해 주고 있다. 오늘날까지 무신론자와 유신론자는 하나님의 실존의 유무에 관해서 끊임없이 논쟁해 왔다. 그때마다 유신론자들은 ‘神이 없이는 생명이 만들어질 수 없다. 즉 신(神)만이 생명을 창조한다’는 논거를 가지고 무신론을 제압해 왔던 것이다. 아무리 자연과학이 발달하더라도 생명의 기원에 관한한 자연과학은 합리적인 논증을 제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생명의 기원의 문제(생명의 창조설)는 유신론이 성립할 수 있는 유일한 거점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 그 유일한 거점이 무신론에 의해 무너지려 하고 있다. 과학자가 생명을 만들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과학자가 생명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현대 생물학에 의하면 세포의 염색체에 포함되어 있는 DNA(디옥시리보핵산)는 아데닌, 구아닌, 티민, 사이토신이라는 4종류의 염기(鹽基)를 포함하고 있다. 이 4종류의 염기의 배열이 바로 생물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유전정보(遺傳情報)이다. 이 유전정보에 의해서 생물의 구조나 기능이 결정된다. 결국 DNA에 의해서 생명체가 만들어 진다는 결론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과학자가 DNA를 합성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유물론자들은 생명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신(神)의 존재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즉 신(神)은 본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자가 DNA를 합성한다는 것은, 과연 생명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통일사상에서 보면 과학자가 아무리 DNA를 합성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생명체의 형상면(形狀面)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 생명의 보다 근본된 요소는 생명체의 성상(性相)이다. 따라서 과학자가 만들 수 있는 것은 생명 그 자체가 아니고 생명을 지니는 담하체(擔荷體)에 불과한 것이다. 마치 인간에 있어서 형상인 육신은 성상인 영인체를 지니고 다니는 터전인 것과 같다. 육신은 부모(父母)에서 유래하지만 영인체는 하나님에게서 유래(由來)한다. 마찬가지로 DNA가 과학자로부터 유래할 수 있다 하더라도(즉 과학자가 DNA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생명(生命) 그 자체는 하나님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다.

비유컨대 라디오는 전파를 음파로 바꾸는 장치로서, 이것은 방송국에서 오는 전파를 포착하여 음파로 변환시키는 기구에 불과하다. 아무리 과학자가 라디오를 만들었다고 해도 음성까지 만든 것은 아니다. 음성은 방송국에서 전자파를 타고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과학자가 비록 DNA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은 생명을 유숙(留宿)시키는 장치를 만든 데 불과하므로 생명 그 자체를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우주는 생명이 충만해 있는 생명의 장(場)으로서, 이것은 신(神)의 성상에서 유래한다. 그리하여 생명이 깃들 장치만 있으면 생명은 거기에 나타나게 된다. 그 장치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DNA라는 특수한 분자이다. 이와 같은 결론이 ‘성상과 형상의 계층적 구조’에서 도출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