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주관작용(主觀作用)
상술한 바와 같이 가치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주관적 요인들이 크게 작용한다. 즉 주체의 사상, 세계관, 취미, 개성, 교양 등의 주체적 조건이 대상에 반영되어서(또는 대상적 조건에 첨가되어서) 그 주체만이 느끼는 특유한 현실적 가치(現實的價値)가 결정된다.
이와 같이 주체적 조건과 대상적 조건이 성립할 때, 거기에 수수작용이 행해짐으로써 구체적인 가치가 결정된다. 구체적인 가치(價値)가 결정된다는 것은 가치의 실제의 양(量)과 질(質)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치의 양(量)이란 꽃의 경우 매우 아름답다라든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와 같이 가치평가의 양적(量的)인 측면을 말한다. 또 가치에는 질적인 측면도 있다. 예컨대 예술론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후술(後述)) 美에는 우아미(優雅美)라든가 외경미(畏敬美), 장엄미(莊嚴美), 익살미 등 여러 가지 차이성(差異性)의 美가 있는데, 그것은 질적인 측면의 차이를 보이는 美(가치)이다.
그런데 같은 달(月)도 어떤 사람에게는 슬프게 보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아름답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 또 같은 사람이 보아도 슬플 때 보면 달도 슬프게 보이고, 기분이 좋을 때 보면 달도 아름답게 보인다. 주체의 마음가짐에 따라 美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것은 미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선(善)이나 眞의 가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것은 상품가치에 관해서도 말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이 주관(主觀)이 대상에 반영됨으로써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가치의 차이가 생기는데 이러한 주체적 조건의 작용을 주관작용(主觀作用)이라고 한다. 즉 주체의 주관이 대상에 반영되는 작용이 주관작용(主觀作用)이다.
이것은 미학(美學)에 있어서 맆스(T. Lips)의 감정(感情)의 이입(移入)(empathy, Einfuhling)에 해당한다 하겠다. 감정의 이입(移入)이란, 자연풍경을 볼 때나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자기의 감정이나 구상을 대상에 투사(投射)해서 그것을 감상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주관작용의 예를 한 두 가지 더 들어보자. 먼저 문선생님의 말씀中에서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하나님의 아들(예수님)이 당신에게 손수건을 주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손수건은 돈보다도 귀하고, 생명(生命)보다도 가치가 크다고 할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귀한 가치를 지녔다고 할 것이다. 만일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당신은 어떤 보잘 것 없는 곳에서 살고 있더라도 거기는 궁전(宮殿)이나 마찬가지로 느낄 것이다. 그때는 의복(衣服)이 문제가 아니며, 거처하는 집이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하나님의 왕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말씀은 마음속에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자각(自覺)을 가지면 오막살이 집도, 그대로가 궁전(宮殿)같이 휼륭하게 보인다는 뜻으로서 주관작용(主觀作用)의 적절한 예인 것이다. 성경에는 하나님 나라는 네 마음속에 있느니라(누가 17:21)는 성구(聖句, 성경구절)가 있는데 이 역시 주관작용(主觀作用)의 예이다. 또 불교에는 삼계유심소현(三界唯心所現)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三界, 즉 세계 전체의 모든 현상은 마음의 나타남이라는 뜻이다. 모두가 주관작용의 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