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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상격위(對象格位)와 주체(主體)

대상격위는 주체의 주관을 받는 입장(格位)인 동시에 주체에게 기쁨을 돌려주는 데에 그 존재의 의의(意義)가 있다. 인간은 하나님의 기쁨의 대상으로 지음받았다. 따라서 하나님에 대해서 대상격위에 있는 인간생활의 제1차적인 의의(意義)는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은 먼저 하나님에 대하여 대상의 위치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여러 대신(代身) 위치에 대해서도 대상격위에 서게 된다.

여기서 하나님의 대신 위치란 예컨대 다음과 같다. 즉 백성에 대한 대통령이나 국왕, 자식에 대한 부모, 제자에 대한 스승, 부하에 대한 상관, 그리고 개인에 대한 전체 등이 그것이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인간이 하나님의 대상(對象)인 것처럼, 국민(百姓)은 대통령이나 국왕의 대상이요, 자식은 부모의 대상이며, 제자는 스승의 대상이요, 부하는 상관의 대상이며, 개인은 전체의 대상인 것이다.

인간은 여러 주체들과 연관을 맺으면서 살아가게 되는데 대상격위(對象格位)에 있는 인간은 주체의 주관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대상으로서 주체에 대한 일정한 심적태도(心的態度)가 요구된다. 이것이 대상의식이다. 먼저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대상의식은 하나님을 모시는 마음, 즉 시봉심(侍奉心) 혹은 충성심(忠誠心)이며, 국가에 대한 국민의 대상의식도 충성심(忠誠心)이다. 자식의 부모에 대한 대상의식은 효성심(孝誠心)이며, 스승에 대한 제자들의 대상의식은 존경심(尊敬心) 혹은 복종심(服從心)이다. 또 상관에 대한 부하의 대상의식은 복종심(服從心)이며, 전체(全體)에 대한 개인의 대상의식은 봉사심(奉仕心)이다. 여기에서 각각의 주체에 대한 대상들의 공통적인 대상의식은 온유와 겸손, 그리고 위하고자 하는 마음(爲他心)인 것이다.

그런데 타락 세계에 있어서는 역사상, 많은 독재자(獨裁者)가 나타나서 대중들의 대상의식을 이용(利用)하여 마치 참다운 주체인 것 같이 행동함으로써 국민의 존경(尊敬)이나 지지(支持)를 받아 왔다. 예컨대 히틀러, 스탈린, 모택동, 차우체스크(Ceausescu 루마니아 독재자) 등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그러나 거짓 주체들이 비록 일시적으로 대중들로부터 환영을 받는다 하더라도 결국에 가서는 대중의 지지(支持)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창조되었기 때문에 하나님을 시봉(侍奉)하고, 충성해서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려는 대상의식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대상의식은 하나님의 뜻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치고자 하는 마음까지를 유발(誘發)하게 된다. 종교인들의 순교(殉敎)정신(精神)이 바로 그 예이다. 위대한 지도자의 추종자(追從者) 중에 때때로 그 지도자를 위해서라면 생명(生命)까지 기꺼이 바치는 예가 가끔 있음을 보는데, 이러한 예들은 참주체(하나님 대신입장)에 대한 대상의식이 극한적으로 발로(發露)된 예이다. 그런데 일반대중은 누가 참주체인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독재자(獨裁者)와 같은 거짓주체를 참 주체(主體)로 착각하고 그를 맹목적(盲目的)으로 따름으로써 인류사회에 해악(害惡)을 끼치는 일에 도움을 주는 결과를 낳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했다. 이리하여 참된 주체를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대단히 필요(必要)한 일이다.

대상의식(對象意識)은 윤리의 본질적인 요소이다. 오늘날 대상의식이 거의 마비됨으로써 주체의 권위가 무시를 당하고 여기에 주체와 대상의 질서가 사라져서 그로 말미암아 사회가 혼란상태(混亂狀態)에 빠지게 되어 윤리부재(倫理不在)의 상태가 되고만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윤리의 확립을 위해서는 확고한 대상의식을 앞세우게 하는 의식의 개혁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