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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식대상(認識對象)의 본질(本質)

다음은 인식대상의 본질을 무엇으로 보는가 하는 문제이다. 인식의 대상은 주체에서 독립하여 객관적(客觀的)으로 존재한다는 주장이 실재론(實在論)이며, 인식의 대상은 객관세계(客觀世界)에 있는 것이 아니고 주체의 의식속에 관념으로서만 존재한다는 주장이 주관적관념론(主觀的觀念論)이다.

(1) 실재론

실재론에는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다. 즉 소박실재론(素朴實在論), 과학적실재론(科學的實在論), 관념적실재론(觀念的實在論), 그리고 변증법적(辨證法的) 유물론(唯物論)등이 그것이다. 첫째의 소박실재론(素朴實在論)은 자연적 실재론이라고도 하며, 물질로 되어 있는 대상이 주관에 대하여 독립해 있다는 입장으로서,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 사물이 존재한다는 상식적인 견해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들의 지각(知覺)은 대상을 정확하게 모사(模寫)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두 번째의 과학적실재론(科學的實在論)은 다음과 같다. 즉 대상은 주관과 독립하여 존재하고 있지만, 감각적인식 그대로는 객관적인식이 될 수 없으며, 감각(感覺)을 초월한 오성(悟性)의 작용에 의해서 대상으로부터 얻은 경험적 사실에 과학적인 반성을 가함으로써 실재를 바르게 알 수 있다는 견해이다. 예를 들면, 색채는 시각적 현상이지만, 과학은 여기에 과학적 비판을 가하여 색채(예를 들면 빨강)는 일정(一定)한 파장을 가진 전자파(광선)에 대한 주관적 감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또 시각상의 번갯불과 청각상의 천둥은, 과학적으로는 공중에서 일어나는 방전현상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상식적인 실재관에 과학적인 반성을 가한 이론이 과학적 실재론이다.

세 번째의 관념론적실재론(觀念論的實在論)은 객관적관념론이라고도 한다. 대상의 본질은 인간의 의식을 초월한 정신적, 객관적인 것이라는 견해를 말한다. 즉 정신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출현하기 전부터 세계의 근원(根源)으로서 존재하였으며, 이 근원적인 정신이야말로 세계의 참된 실재(實在)로서 우주의 원형이며, 만물은 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입장이다. 예컨대 플라톤은 사물의 본질인 이데아를 참된 실재(實在)로 생각하면서 세계는 이데아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 헤겔은 세계는 절대정신의 자기전개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변증법적유물론(辨證法的唯物論)에 있어서, 대상은 의식에서 독립하여 존재하며, 의식에 반영된 객관적실재라고 보기 때문에 역시 실재론이다. 이것은 사물이 거울에 비치는 것과 같이, 외부의 만물이 인간의 의식(뇌수(腦髓)에 반영된 것이 인식이라고 보는 입장으로서, 공산주의의 인식론이다. 그러나 반영된 내용 그 자체가 반드시 그대로는 진실(眞實)이 아니며, 실천(實踐)(검증)에 의해서 그 진실성이 확인될 때 비로소 객관적으로 진실이 된다. 이와 같이 검증에 의해서 확인될 때 비로소 진리가 된다고 보는 입장을 변증법적 인식론이라고 한다.

(2) 주관적(主觀的) 관념론(觀念論)

실재론은 상술한 바와 같이 인식의 대상이 물질이냐 관념이냐 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주관과 독립해서 존재한다고 보고 있는 반면에, 인식대상이 인간의 의식으로부터 독립해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의 의식에 나타나는데 있어서만 그 존재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주관적관념론(主觀的觀念論)이다. 버클리가 그 대표자이며, 실재(實在)는 곧 지각(知覺)이다(esse est percipi)라는 명제(命題)가 그 주장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 자아(自我)의 작용을 떠나서 비아(非我; 대상)가 존재하는지 어떤지는 전혀 말할 수 없다고 한 피히테(J. G. Fichte, 1762~1814)나, 세계는 나의 표상(表象)이다(Die Welt ist meine Vorstellung)라고 말한 쇼펜하우어(A. Schopenhauer,1788~1860)도 똑 같은 주관적 관념론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