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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칸트의 인식론 비판

(1) 선험적방법(先驗的方法)에 대한 비판

칸트는 인식의 주체(주관(主觀))에는 선천적(先天的)인 사유형식(카테고리)이 갖추어져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칸트가 말하는 사유형식을 잘 검토해 보면 객관적인 존재형식이기도 하다. 예컨대, 객관세계의 모든 사물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형식 위에서 존재하고, 운동한다. 또 과학자는 객관세계의 시간과 공간이라는 형식 위에서 일정한 현상을 인위적(人爲的)으로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의 형식은 주관적일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형식이기도 하다.

인과성(因果性)의 형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과학자는 자연계의 현상속에서 많은 인과관계(因果關係)를 발견하고, 그 인과관계에 따라 같은 현상을 실제로 일으키기도 한다. 이것은 객관세계에 실제로 인과관계(因果關係)가 있다는 사실을 표시한다.

또 칸트는 주관(주체)의 형식과 대상으로부터의 내용이 결합함으로써 인식이 구성(構成)된다고 하였으나, 통일사상에서 보면 주체(인간)도 대상(만물(萬物, 자연))도 내용과 형식을 모두 갖추고 있다. 즉 주체가 갖추고 있는 것은 칸트가 말한 선천적(先天的)인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과 형식이 통일된 선재성(先在性)의 원형(複合原型)이며, 또 대상으로부터 오는 것은 혼돈(混沌)된 감각의 다양(多樣)이 아니고 존재형식에 의해서 질서가 잡혀진 감성적 내용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주체(인간)와 대상(만물)은 상대적인 관계에 있으면서 상사성(相似性, 서로 닮음)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주관이 대상을 구성함으로써 인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체가 가지고 있는 내용과 형식(形式)(원형(原型))과 대상이 지니고 있는 내용과 형식과의 수수작용에 의해서 조합(照合)되어 판단됨으로써 인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2) 불가지론(不可知論)에 대한 비판

칸트는 현상세계에 있어서의 자연과학적인 지식만을 참된 인식이라고 하면서 물자체(物自體)의 세계(叡智界)는 이를 인식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감성계와 예지계를 전적으로 분리해 놓았다. 그것은 순수이성(純粹理性과 실천이성(實踐理性)의 분리를 의미하며 과학과 종교의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통일사상에서 볼 때 물자체는 사물의 성상(性相)이며, 이에 대하여 감성적내용은 형상(形狀)이다. 사물에 있어서 성상과 형상은 통일되어 있으며, 게다가 성상은 형상을 통하여 표현되므로 우리들은 형상을 통하여 그 사물의 성상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통일사상에 의하면 인간은 만물의 주관주이며, 만물은 인간의 기쁨의 대상으로서 인간을 닮도록 창조된 것이다. 만물이 인간을 닮도록 지어졌다는 것은 구조와 요소에 있어서 인간과 만물이 닮고 있다는 것, 따라서 내용과 형식도 닮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인식에 있어서 주체(인간)가 지니는 내용과 형식과 대상(만물)이 지니는 내용과 형식은 상사성(相似性, 서로 닮음)을 이루고 있어서 서로 조합(照合)될 수 있는 것이며, 게다가 그 내용(感性的내용)을 통하여 물자체(物自體), 즉 대상의 성상이 표현되므로, 주체는 대상의 형상(感性的내용과 형식) 뿐만 아니라 성상(물자체)까지도 완전히 인식할 수가 있는 것이다. 칸트는 인간과 만물의 원리적(原理的)인 관계를 몰랐기 때문에, 또 인간이 영인체(靈人體)와 육신의 통일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불가지론(不可知論)에 빠져 버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