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주체(主體)와 대상(對象
앞에서 개성진리체(個性眞理體)는 성상과 형상, 양성과 음성의 보편상(普遍相)을 지녔다는 것을 설명했는데 이러한 성상과 형상, 양성과 음성은 다같이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 있다. 그런데 피조물인 개성진리체는 성상과 형상, 양성과 음성 이외에 또 하나의 주체와 대상의 상대적요소를 갖는다. 그것이 주요소(主要素)와 종요소(從要素)(또는 主個體와 從個體)이다. 이것은 피조세계가 시공적(時空的) 성격을 띠고 있는 데서 생기게 된 것이다. 예컨대 가정에 있어서의 부모와 자녀, 학교에 있어서의 스승과 제자, 태양계에 있어서의 태양과 지구, 세포에 있어서의 핵과 세포질 등은 성상과 형상의 관계도 아니고 양성과 음성의 관계도 아니다. 이것을 주요소(主要素)와 종요소(從要素)의 관계, 또는 주개체와 종개체의 관계라 한다. 이들의 관계 역시 주체와 대상의 관계이다.
이와 같이 개성진리체(個性眞理體)에는 성상과 형상, 양성과 음성, 주요소와 종요소(주개체와 종개체)라는 세 가지의 주체와 대상의 관계가 성립하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하나님의 이성성상에 있어서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체와 대상의 성격은 어떠한가. 주체는 대상에 대해서 중심적(中心的), 적극적(積極的), 동적(動的), 창조적(創造的), 능동적(能動的), 외향적(外向的)이며, 대상은 주체에 대해서 의존성(依存的), 소극적(消極的), 정적(靜的), 보수적(保守的), 수동적(受動的), 내향적(內向的)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주체와 대상의 관계는, 일정한 주체적 요소와 대상적 요소가 일시에 여러 가지의 상대적 관계를 모두 지니는 것이 아니며, 주로 1 대 1의 상대적 관계를 지니게 된다. 즉 주체가 중심적일 때 대상은 의존적이 되고, 주체가 적극적일 때 대상은 소극적이 되고, 주체가 외향적일 때 대상은 내향적이 된다. 이상과 같은 특징을 요약해서 주체는 주관적(主管的)이며, 대상은 피주관적(被主管的)이라고 표현한다.
(1) 피조세계(被造世界)에 있어서의 개성진리체(個性眞理體)의 계열(系列)
존재자는 반드시 성상과 형상, 양성과 음성, 주요소와 종요소(주개체와 종개체) 등의 주체와 대상의 상대적요소를 지니고 있다. 이 사실을 피조 세계의 각급의 개성진리체 즉 극대세계(極大世界)인 우주(天宙)에서부터 극미세계(極微世界)인 소립자에 이르기까지의 계열(系列) 각급의 개성진리체를 예로 들면서 설명하고자 한다. 우주(天宙)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 역시 하나의 개성진리체이다. 그런데 천주는 영계(靈界)와 우주(宇宙)(지상계)로 되어있다. 영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이며, 지상계는 눈에 보이는 우주이다. 그리고 이것들이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 경우, 영계와 지상계의 관계는 인간의 영인체와 육신의 관계와 같아서 성상과 형상이라는 의미에서의 주체와 대상의 관계인 것이다.
다음에 우주를 보면 이것도 하나의 개성진리체이다. 우주에는 중심이 있고, 그 중심을 향하여 약 2천억 개로 추산되는 은하(星雲)가 돌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우주의 중심에 있는 부분(部分)이 주요소이고, 여러 은하는 종요소들이다. 이 주요소와 종요소도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 있다. 다음에 은하계도 하나의 개성진리체인 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은하계는 중심핵을 이루는 항성군(核恒星系)과 그것을 에워싼 약 2천억 개의 별(항성)들로 구성된 별들의 대집단이다. 여기의 중심핵과 항성들도 각각 주요소와 종요소로서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 있다. 태양은 은하계를 이루고 있는 여러 항성중의 하나이지만 태양계도 하나의 개성진리체이다. 태양계는 하나의 태양과 아홉 개의 혹성으로 되어 있는바, 태양과 혹성은 각각 주요소(主要素)와 종요소(從要素)로서 주체와 대상의 관계 하에 놓여 있다. 태양계의 혹성중의 하나인 지구도 하나의 개성진리체인데 지구에는 중심부(핵)와 지각(地殼) 및 지표(地表)가 있다. 이것 역시 주요소와 종요소이므로 주체와 대상의 관계이다.
지표(地表)도 하나의 개성진리체로 볼 수 있다. 지표에는 자연만물과 더불어 인간이 살고 있다. 인간이 주요소(主要素)(주체)이고, 자연만물이 종요소(從要素)(대상)이다. 그리고 인간들이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데, 국가도 정부와 국민이라는 주요소(主要素)(주체)와 종요소(從要素)(대상)로 되어 있는 하나의 개성진리체이다. 국가의 단위인 가정도 하나의 개성진리체인데 가정은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의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부모와 자녀는 각각 주개체(主個體)와 종개체(從個體)로서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 있고, 남편과 아내는 양성과 음성의 개체들로서 역시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 있다. 그리고 인간 개개인도 개성진리체로서 영인체와 육신으로 되어 있다. 이 경우 영인체와 육신은 성상과 형상의 관계로서 역시 주체와 대상의 관계이다.
그리고 육신도 개성진리체로서 뇌(腦)와 지체(肢體)인 주요소(주체)와 종요소(대상)로 되어 있다. 그리고 육신은 세포로 되어 있는데 개개의 세포도 각각 개성진리체로서 핵과 세포질이라는 주요소(주체)와 종요소(대상)로 되어 있다. 또 세포핵도 하나의 개성진리체로서 염색체와 核液이라는 주요소(주체)와 종요소(대상)로 구성되어 있다. 염색체(染色體)도 하나의 개성진리체로서 핵산(DNA)과 단백질이라는 주요소(주체)와 종요소(대상)로 되어 있다. 핵산도 역시 일종의 분자인 개성진리체로서 주요소(주체)인 염기와 종요소(대상)인 당(糖), 인산(燐酸)으로 되어 있다. 염기나 당과 인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원자이다. 원자도 하나의 개성진리체로서 두 종류의 소립자, 즉 양자(핵)와 전자라는 주요소(주체)와 종요소(대상)로 되어 있다. 그리고 소립자도 한층 더 낮은 차원의 주요소(主要素)와 종요소(從要素)로 되어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이 피조세계에는 작게는 소립자(素粒子)에서부터 크게는 우주(天宙)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층의 수많은 개성진리체가 있으며 이들은 모두 주체와 대상의 상대적요소로 되어 있다. 그런데 하나의 개성진리체는 그것보다 상위의 개성진리체에서 볼 때 그 상위의 개성진리체의 구성요소에 불과하다. 예컨대 태양계는 태양과 혹성으로 구성된 개성진리체이지만, 은하계라는 상위의 개성진리체에서 보면 태양계는 그 은하계의 하나의 구성요소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개성진리체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리고 주체와 대상도 상대적인 개념이다. 예컨대 태양은 태양계에 있어서 혹성에 대하여 주체이지만 은하계에 있어서는 중심핵(핵항성계)에 대하여 대상이 된다.개성진리체의 系列과 각 개성진리체의 주체와 대상의 상대적 요소를 도표로 표시하면 그림 2-5와 같다.

(2) 주체(主體)와 대상(對象)의 유형
통일사상에서 말하고 있는 주체와 대상의 개념은 종래의 철학상의 주체와 대상의 개념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그 차이를 명백히 하고자 한다. 종래의 철학에 있어서 예컨대 인식론에서 말하는 주체는, 인식하는 사람의 의식 또는 인식하는 자아(自我)를 의미하고, 대상은 인식되는 것, 의식 안에 있는 대상(개념)과 의식 밖에 있는 대상(물체)을 뜻한다(인식론에서는 일반적으로 주관(主觀)과 객관(客觀)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존재론적 또는 실천적인 의미에서의 주체란, 의식(意識)을 가진 존재자(인간)를 말하며, 대상은 주체가 상대하고 있는 존재를 뜻한다. 요컨대 종래의 철학에서 말하는 주체와 대상의 관계는 의식 내지 인간과 그 인간이 마주 대하고 있는 사물과의 관계를 뜻한다. 그런데 통일사상에 있어서의 주체와 대상의 개념은 이것과 다르며, 인간과 만물(물체)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나 물체와 물체와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그리고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유형이 있다.
1) 본래형(本來型)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로 볼 때 영원히 성립되는 보편적인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말한다. 예컨대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교사와 학생, 항성과 혹성, 세포핵과 세포질, 원자핵과 전자 등의 관계가 그 예이다.
2) 잠정형(暫定型)
이것은 잠정적으로 성립되는 주체와 대상의 관계로서, 일상생활에 있어서 흔히 일어나는 관계이다. 예컨대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에 성립되는 강사와 수강자의 관계가 그러하다. 본래형의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 있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주체와 대상이 역전(逆轉)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가정에 있어서 남편이 부재중이거나 와병중(臥病中)일 때 아내가 남편을 대신하여 주체(家長)의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고, 부모가 노쇠(또는 와병)했을 때 자녀가 부모를 대신하여 가정을 책임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가 잠정형의 주체와 대상의 관계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본래형이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며, 본래형을 기반으로 한 잠정형인 것이다.
3) 교호형(交互型)
인간 상호간의 대화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주체와 대상이 서로 바뀌는 경우에 있어서의 양자의 관계를 교호형이라 한다. 즉 말하는 사람은 주체이고 듣는 사람이 대상인데,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말하는 사람(주체)과 듣는 사람(대상)이 서로 바뀌는 때가 많은 것이다.
4) 부정형(不定型)
어느 쪽이 주체이고 어느 쪽이 대상인가를 인간이 자의적으로 결정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의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부정형(不定型)이라고 한다. 객관적으로 확정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예컨대 동물과 식물의 관계에 있어서 동물은 탄산가스를 방출하여 식물에게 주고, 식물은 산소를 방출하여 동물에게 준다. 여기서 산소의 흐름으로 볼 때에는 식물이 주체이며, 탄산가스의 흐름에서 볼 때에는 동물이 주체이다. 어느 편에 중점을 두는가에 따라서 즉 판단자의 뜻에 따라서 주체와 대상의 관계가 달라진다. 이와 같은 것이 부정형의 주체와 대상이다.
(3) 수수작용(授受作用)
두 개체가 공통목적을 중심으로 주체와 대상의 상대적 관계를 맺으면, 일정한 요소 또는 힘을 주고 받는 작용이 벌어진다. 이 작용을 수수작용이라고 한다. 이 작용에 의해서 그 두 개체(사물)는 존속, 운동하고 변화, 발전한다. 예컨대 학교에 있어서 신입생이 입학수속을 마치면 그때부터 교사와 학생 사이의 상대적 관계가 성립된다. 상대적 관계란 서로 마주 대하는 관계이다. 이 상대적 관계의 기반 위에서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는 일이 벌어진다. 이것이 수수작용이다. 이 수수작용에 의해서 지식이나 기술이 전달되며 학생들의 인격이 도야된다. 또 교사는 보람을 느끼고 학생은 스승에게 감사를 돌린다. 또 청춘 남녀는 흔히 어떠한 계기를 통하여 알게 되거나 맞선을 보거나 하여, 약혼하고 결혼한 후 가정을 이루어 서로 사랑하게 된다. 이때 선을 보는 것과 약혼하는 것은 상대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요, 결혼과 서로간의 사랑은 수수작용을 하는 것이다. 또 태양과 혹성은 46억여년 전에 상대적 관계를 맺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만유인력에 의해 힘을 주고 받는다. 이것도 수수작용이다. 이때 혹성들은 태양 주위를 돌게 된다.
원상론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하나님의 속성가운데 심정(心情)을 중심으로 성상과 형상이 수수작용을 하면 중화체(中和體) 또는 합성체(合性體)를 이루게 된다. 이것은 영원히 그 자존성을 유지하는 자기동일적(自己同一的)인 측면이다. 그리고 원상에는 목적(창조목적)을 중심으로 성상과 형상이 수수작용을 하여 번식체, 또는 신생체(피조물)를 만드는 측면도 있다. 이것이 변화, 발전의 측면이다. 전자의 경우가 자동적 수수작용(自同的授受作用))이고 후자의 경우가 발전적 수수작용(發展的授受作用)이다. 마찬가지로 피조세계의 수수작용에 있어서도 자동적수수작용과 발전적수수작용의 양측면이 있다. 피조세계는 닮기의 법칙에 의하여 원상(原相)의 속성을 본따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은하계를 보면 중심의 핵항성계(核恒星系)와 그것을 중심으로한 약 2천억 개의 별(항성)사이에 수수작용이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 볼록렌즈형을 한 은하계의 모습은 언제나 일정하다. 또 모든 별은 일정한 궤도(軌道)를 지키면서 회전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은하계의 불변의 한 측면이다.
그런데 은하계가 처음에는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으나 점차 그 회전의 속도가 빨라져 왔다고 한다. 또 은하계에서는 항상 낡은 별은 소멸하고 새로운 별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은하계에는 부단히 변화하는 면도 있다. 따라서 은하계에서 벌어지는 수수작용에도 자기동일적인 것과 발전적인 것이라는 두 측면이 있음을 알게 된다. 또 원상론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하나님의 성상의 내부에 두 내적요소(內的要素) 즉 내적성상과 내적형상의 두 부분이 있다. 이 두 내적요소가 심정 또는 목적을 중심으로 하여 주체, 대상의 관계를 맺고 수수작용을 하게 되면 합성체(合性體) 또는 신생체(新生體)를 이룬다. 이것이 내적 수수작용이다. 그리고 상기(上記)의 성상(性相)과 형상(形狀)이 심정 또는 목적을 중심으로 수수작용을 하여 합성체 또는 신생체를 이루는 것이 외적 수수작용이다.
하나님에 있어서의 이같은 내적 수수작용과 외적 수수작용의 2단작용(作用)은 동시에 2단의 사위기대(四位基臺)를 이루기 때문에 이것을 원상(原相)의 2단구조(構造)라고도 한다. 이 이단구조는 그대로 피조세계에도 적용된다. 그리하여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은 반드시 내적으로 주체와 대상의 두 요소를 지님과 동시에 외적으로도 타자와 더불어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맺고 있다. 예컨대 인간과 만물(자연)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은 내적 성상과 내적 형상의 수수작용 즉 내적 수수작용을 행하면서(즉 생각하면서) 외적 수수작용에 의하여 만물을 인식하고 주관한다. 이때 인간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의 생심과 육심의 수수작용을 내적 수수작용이라 하며, 인간과 만물(또는 인간과 인간)과의 수수작용을 외적 수수작용이라 한다. 그런데 수수작용에는 여러가지의 유형이 있게 되는데, 이것은 주체와 대상이 의지 또는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의해 구별되는 유형이다. 수수작용의 유형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양측의식형(兩側意識型)
학교의 수업시간에 있어서 교사는 주체요, 학생은 대상인데 양자가 다같이 의식(意識)을 가지고 수수작용을 한다. 이와 같은 경우를 양측의식형의 수수작용이라고 한다. 인간과 인간의 수수작용 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 동물과 동물에 있어서도 쌍방이 의지 또는 목적의식(意識)을 가지고 수수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경우도 양측의식형의 수수작용이다.
2) 편측의식형(片側意識型)
교사가 백묵으로 흑판에 글을 쓸 때, 교사와 백묵 사이에도 수수작용이 벌어진다. 그 경우 교사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나 백묵은 그렇지 않다. 이와 같이 한편(주체)은 의식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한편(대상)은 다만 피동적으로만 움직이는 경우, 이것을 편측의식형의 수수작용이라고 한다.
3) 무자각형(無自覺型)
동물이 호흡작용을 할 때, 식물로부터 방출된 산소를 흡입(吸入)하고 탄산가스를 방출한다. 한편 식물은 광합성작용을 할 때, 동물로부터 나온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낸다. 이때 동물은 의식적으로 식물을 위해 탄산가스를 방출하는 것이 아니며, 식물도 의식적으로 동물을 위해 산소를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양쪽 다같이 무의식중에 탄산가스와 산소를 교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주체와 대상의 양자 혹은 한편(주체)이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 무자각적으로 수수작용을 하고 있는 경우, 이것을 무자각형의 수수작용이라고 한다.
4) 타율형(他律型)
주체와 대상이 모두 의식은 없으나 제삼자의 의지에 의해서 타율적으로 수수작용을 하게 되는 경우, 이것을 타율형의 수수작용이라고 한다. 예컨대 태양(주체)과 지구(대상)의 수수작용이 그러하다. 태양과 지구는 무의식중에 하나님의 창조목적(의지)에 따라 타율적으로 수수작용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시계도 여러 부품들이 서로 수수작용을 함으로써 시간을 가리키고 있으나 그것은 시계를 만든 인간의 의지에 의해서 그렇게 움직이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우를 타율형의 수수작용이라고 한다.
5) 대비형(對比型)
인간이 둘 또는 다수의 사물을 대비(대조)하여 그들 사이에 조화를 발견할 때, 인간은 그들이 수수작용을 하고 있다고 주관적으로 간주한다. 이것을 대비형 또는 대조형(對照型)의 수수작용이라고 한다. 대비형의 수수작용에 있어서 인간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한편의 요소를 주체로, 다른 한편의 요소를 대상으로 가정(假定)(想定)하여 대비를 함으로써 그 두 요소(주체와 대상)가 수수작용을 하고 있다고 간주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형의 수수작용은 주관적인 수수작용이다.
이 대비형의 수수작용을 특히 의도적으로 하는 경우가 예술의 창작이나 감상활동이다. 예술가는 작품을 만들 때, 색과 색, 빛과 그림자 그리고 양과 음 등이 조화를 이루도록 조절한다. 또 감상자는 작품을 대할 때 작품중의 여러가지 물리적요소를 대비하여 조화를 발견하려고 한다. 사고(思考)에 있어서도 대비형의 수수작용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이 꽃은 장미꽃이다라는 판단은 이 꽃을 주체, 장미를 대상으로 하여 대비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인식에 있어서는 외계의 대상에서 오는 형태, 색, 향기 등의 감각적내용과 인간 주체가 가지고 있는 원형(原型) 즉 일정한 관념군(觀念群)이 대비되어서 인식이 이루어진다. 인식론에 있어서는 특히 이 대비과정을 조합(照合)이라고 하며, 따라서 조합도 역시 대비형의 수수작용인 것이다.
(4) 상대물(相對物)과 대립물(對立物)
개성진리체 속에는 반드시 주체와 대상의 상대적 요소가 있다는 것을 누차 설명했는데, 그와 같은 상대적 요소를 간단히 상대물(相對物)이라고도 표현한다. 주체와 대상은 목적을 중심으로 하여 상대적 관계를 맺은 후 원만한 수수작용을 함으로써 합성체를 이루거나 번식체를 만들거나 한다(통일사상에서는 수수작용의 법칙을 간단히 수수법(授受法)이라고도 한다). 한편 유물변증법은 모든 사물속에는 반드시 대립물(對立物)과 모순(矛盾)을 내포하고 있으며, 대립물의 투쟁에 의해서 사물은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통일사상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물은 상대물의 원만한 수수작용에 의해 발전하는 것일까, 혹은 유물변증법(唯物辨證法)이 주장한 바와 같이 사물은 대립물의 투쟁에 의해서 발전하는 것일까. 모든 사물은 반드시 두 가지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는 점에서 통일사상과 유물변증법은 일치한다. 그러나 발전에 관해서는 양쪽의 주장이 다르다. 어느 쪽이 옳은가는 사물속에 내재한 이 두 가지 요소의 관계를 검토해 보면 알 수 있다. 즉 두 요소 사이에 공통목적이 있는가 없는가를 알아보면 된다. 만일 공통목적이 내포되어 있음이 확인되면 두 가지 요소는 상대물이고, 없으면 대립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두 요소의 상호작용이 조화적인 것인가, 혹은 투쟁적인 것인가를 검토해 보아, 조화적이면 수수작용이고 그렇지 않으면 변증법적인 작용이다. 그리고 또 두 요소의 격위(格位)가 같으냐, 다르냐를 밝힘으로써도 양자의 구별을 확정지을 수 있다.
마르크스는 사물이 변증법에 의해서 발전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실례로는 인간사회의 문제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즉 대립물의 투쟁에 의해서 발전하는 자연만물의 실례는 하나도 들지 않았던 것이다. 마르크스의 그와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엥겔스가 자연과학을 연구한 후 그 성과를 자연변증법(自然辨證法)과 반(反) 듀링론에서 밝혔는데, 그는 거기에서 자연은 '변증법의 검증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자연의 현상은 예외없이 변증법에 의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엥겔스가 실례로 든 자연현상을 잘 검토해 보면, 거기에서 투쟁은 전연 발견되지 않는다. 도리어 공통목적을 중심으로 한 조화적인 작용만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이에 관한 상세한 예증(例證)은 지면관계로 생략한다). 따라서 자연은 변증법(辨證法)의 검증이 아니라 도리어 수수법(授受法)의 검증이 되고 있다. 단지 인간사회에 있어서는 인간 조상의 타락 때문에,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수많은 투쟁이 벌어져 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