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북마크
    아직 북마크가 없습니다.

5. 인식(認識)의 과정

인간이 인식을 통해서 충분한 지식(知識)을 얻는 데는 일정(一定)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이 소생-장성-완성의 3단계로서 감성적(感性的)단계-오성적(悟性的)단계-이성적(理性的)단계가 그것이다. 만물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소생-장성-완성의 3단계를 거치는 것과 같다.

(1) 감성적단계(感性的단계)의 인식

이것은 인식과정의 소생적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먼저 외적자동적사위기대(自同的四位基臺)가 형성된다.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인 목적을 중심으로 하여 주체(인간)와 대상(만물)간의 수수작용이 행해지고, 대상의 내용과 형식이 주체의 감각중추(感覺中樞)에 반영되어서 영상 또는 표상을 형성한다. 이것이 감성적(感性的)내용과 감성적(感性的)형식(形式)인데, 이것을 감성적인식상(感性的認識像)이라고 한다.(그림 9-2)

이 단계가 인식의 감성적단계이다. 이 때 주체는 관심과 원형을 갖추고 있지만 이 감성적단계에서의 원형은 아직 인식작용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감성적(感性的)단계에서 형성되는 감성적내용이나 감성적형식은 단편적인 영상(映像)들의 집합(集合)일 뿐, 대상을 닮은 통일적인 영상(映像)을 이루지는 못한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대상이 구체적(具體的)으로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2) 오성적단계(悟性的단계)의 인식

이 단계는 인식의 장성적(長成的)단계이다. 이 오성적(悟性的)단계에 있어서는 내적인 자동적수수작용(自同的授受作用)에 의해서 내적인 자동적사위기대(自同的四位基臺)가 형성되며, 이 때 감성적단계에서 전달된 단편적인 영상들이 통일된다.

이 내적수수작용(授受作用)의 중심이 되는 목적은 감성적단계의 외적사위기대(四位基臺)때의 목적과 동일하며, 원리적 및 현실적목적이 그 중심(中心)이 된다. 이 때 주체의 위치에 오는 것이 내적성상(內的性相) 즉 마음의 기능적부분으로서, 인식에 있어서 그것은 지(知)-정(情)-의(意)의 통일체인 것이다. 그리고 마음은 생심(生心)과 육심(肉心)의 합성체로서 인간의 본심이며, 이것은 동물의 본능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식에 있어서 생심(生心)의 기능은 가치판단을 주관하고, 육심(肉心)의 기능(機能)은 感覺을 주관하며, 양자가 합해서 기억을 주관한다. 따라서 생심(生心)과 육심(肉心)의 합성체인 본심(本心)은 인식에 있어서 가치(진(眞)-선(善)-미(美))를 지향(指向)하면서 감각을 통괄하고 기억을 주관한다. 그리하여 인식에 있어서 마음(본심(本心))의 이러한 기능적부분을 특히 영적통각(靈的統覺)이라고 부르고자 한다.34) 이리하여 인식에 있어서 내적성상은 통각력(統覺力) 및 대비력(對比力)과 가치판단력 및 기억력(記憶力)으로써 작용하며, 실천에 있어서는 주체성으로서의 가치실천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내적사위기대(四位基臺)의 대상의 위치 즉 내적형상에는, 먼저 감성적단계의 외적사위기대(四位基臺)에서 형성된 감성적인식상 즉 감성적내용과 감성적형식이 이 단계로 옮겨져 온다. 그러면 이 감성적내용과 감성적형식에 대응(對應)하는 원영상(原映像)과 사유형식, 즉 원형이 영적통각(靈的統覺)에 의해 기억속에서 인출(引出)된다. 이 두 가지 요소 즉 감성적인식상과 원형이 함께 내적형상(內的形狀)을 이루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하(狀況下)에서 수수작용이 행해지게 되는데, 이 때의 수수작용은 대비형(對比型)의 수수작용이다. 주체인 영적통각이 원형과 감성적인식상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대비(對比, 對照)하여 그 일치 또는 불일치를 판별하기 때문이다.

이 대비에 의해서 인식이 이루어지며, 이러한 대비를 통일인식론에서는 조합(照合; collation)이라고 한다. 여기서 인식은 조합(照合)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결론이 성립한다. 따라서 통일인식론을 방법에서 보면 조합론(照合論)이 된다. 이에 대하여 마르크스주의 인식론은 반영론(反映論)이고, 칸트의 인식론은 구성론(構成論)이었다.

그러나 오성적(悟性的)단계에서 이루어지는 한 번의 인식(내적수수작용)으로는 인식이 불충분하거나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35) 그 때에는 새로운 지식을 얻을 때까지 실천(실험, 관찰, 경험 등)과 병행하면서 내적수수작용을 계속해 나아가는 것이다.

(3) 이성적(理性的)단계의 인식

이 단계는 인식의 과정에 있어서 완성적단계이다. 여기의 이성(理性)이란, 개념(관념)에 의한 사유(思惟)의 능력을 말한다. 이성은 오성적단계의 인식에 있어서는 판단력, 개념화의 능력으로서 작용하였으나, 이성적단계의 인식에 있어서는 오성적단계에서 얻어진 지식(知識)을 자료로 하여 사유작용(思惟作用)에 의해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된다.

결국 이성적(理性的)단계에 있어서의 인식이란 사고(思考)이다. 이것은 원상에 있어서의 내적발전적사위기대(內的發展的四位基臺)에 의한 구상(로고스)의 형성에 해당된다. 마음속의 수수작용에 의해서 사고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것은 대비형의 수수작용이다. 즉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내적형상(內的形狀)중의 여러 요소(관념, 개념, 수리, 원칙 등)들 가운데 필요한 것을 골라서 내적성상(內的性相)이 그것들을 연합, 분리, 분석, 종합함으로써 여러 관념(개념)들을 이렇게 저렇게 조작한다. 관념(觀念, 槪念의 操作이란 內的性相이 내적형상의 여러 관념이나 개념들을 여러 가지로 對比함으로써, 즉 對比型의 수수작용을 함으로써 새로운 관념(개념)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여러 관념중에서 아버지라는 관념과 아들이라는 관념을 대비해서 합당하다고 느껴지면, 이 두 관념을 결합해서 父子라는 새로운 관념을 얻는다.

또 하나의 예로서, 여러 개념중에서 사회(社會)라는 개념과 ‘제도(制度)라는 개념을 대비해서 합당하다고 느껴지면 이 두 개념을 합해서 사회제도(社會制度)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든다. 이와 같이 여러 관념이나 개념들 중에서, 대비를 통하여 필요한 것을 가려낸 후 결합시켜서 새로운 관념이나 개념을 만드는 것을 관념(개념)의 조작(操作)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관념(觀念, 개념)의 조작을 반복하면서 지식은 증대해 간다. 이 내적인 수수작용에 있어서 내적성상은 역시 영적통각(靈的統覺)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게 된다. 이성적(理性的)단계의 인식은 내적발전적사위기대(內的發展的四位基臺)의 형성을 통하여 이루어 진다(그림 9-4).

이성적(理性的)단계의 인식에 있어서 새로운 지식의 획득은 매번마다의 판단의 완결을 동반하면서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일단 얻어진 새로운 지식(완결한 판단)은 사고의 자료로 내적형상(內的形狀)속에 옮겨져서 다음 단계의 새로운 지식의 형성에 이용된다. 이리하여 지식(思考)은 발전해 간다. 즉 내적발전적사위기대(內的發展的四位基臺)형성을 반복하면서 지식은 발전해 간다. (그림 9-5)

이와 같은 내적사위기대(四位基臺)의 발전은 실천을 병행하면서 행해지게 되는데, 실천을 통하여 얻어진 결과(신생체(新生體))가 내적사위기대(四位基臺)의 내적형상에 옮겨져서 새로운 지식의 획득에 이용된다. 새로운 지식이 얻어지면 다시 새로운 실천을 통하여 그 진위(眞僞)가 검증된다. 이와 같이 하여 반복적인 실천 즉, 반복적인 외적발전적(發展的)사위기대(四位基臺)의 형성(形成)이 인식을 위한 내적발전적사위기대(內的發展的四位基臺)의 형성(形成)과 병행하여 이루어지게 된다.(그림 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