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원의식(原意識), 원의식상(原意識像) 및 범주(範疇)
(1) 원의식(原意識)
원리강론(原理講論)에는 피조물은 원리 자체의 주관성 또는 자율성에 의해 성장한다'29)라고 되어 있다. 여기의 주관성이나 자율성은 생명력(生命力)의 특징을 말한다. 생명이란, 생물체의 세포나 조직에 들어있는 잠재의식을 말하며, 잠재하고 있는 감지력(感知力), 각지력(覺知力), 합목적적(合目的的)인 능력이다. 다시 말하면 생명이란, 감지성, 각지성, 합목적성을 지닌 잠재의식이다. 여기서 감지성이란 사물에 관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각지성은 알고 있는 상태를 지속하는 능력을 말하며, 합목적성은 일정한 목적을 지니면서 그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력(意志力)을 말한다. 원의식(原意識)이란, 근본이 되는 의식이라는 뜻으로서, 그것은 세포나 조직속에 들어 있는 생명(宇宙意識)을 말한다. 마음의 기능이라는 점에서 볼 때 원의식(原意識)은 저차원의 마음이다. 따라서 그것은 세포속에 들어간 저차원의 우주심 또는 저(低)차원의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원의식(原意識)은 동시에 또 생명이다. 우주의식이 세포나 조직에 들어가서 개별화된 것이 원의식이며, 생명이다. 즉 세포나 조직속에 들어온 우주의식이다. 마치 전파가 라디오에 들어가 음성을 내고 있는 것처럼, 우주의식이 세포나 조직속에 들어가서 그것들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31) 결국 원의식이란 생명이며, 그것은 감지성(感知性), 각지성(覺知性), 합목적성(合目的性)을 가진 잠재의식이다. 통일사상에 의하면, 하나님은 로고스로써 우주를 창조하실 때, 생물의 각 개체의 계대(繼代)를 위해서, 즉 번식에 의한 종족보존(種族保存)을 위해서 그 개체에 고유한 모든 情報(즉 로고스)를 물질적 형태의 기록(암호)으로 세포속에 봉인(封入)해 두었다고 본다. 그 암호가 바로 DNA(디옥시리보핵산(核酸))의 유전정보로서, 아데닌(adenine), 구아닌(guanine), 티민(thymine), 사이토신(cytosine)이라는 4종류의 염기(鹽基)의 일정한 배열인 것이다.
창세기 2장 7절에는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라고 되어 있다. 만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흙으로 세포를 만들고 생명을 불어넣으시니 세포는 산 세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포에 취입(吹入)된 우주의식이 원의식이며 생명이다. 우주의식이 세포, 조직에 취입(吹入)됨으로써 생물체는 살아있는 개체가 된 것이다.
(2) 원의식(原意識)의 기능(機能)
다음은 원의식의 기능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원의식(原意識)의 기능은 다양하다. 즉 유전정보(暗號)의 해독(解讀)과 정보의 지시사항(指示事項)의 수행(遂行), 그리고 정보의 전달 등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주의식이 먼저 세포에 스며들어 가서 원의식(原意識)이 되면 먼저 거기에 들어 있는 DNA의 유전정보를 해독한다. 그리고 원의식은 그 정보의 지시(指示)에 따라 세포나 조직을 활동시킨다. 그리고 또 생체(生體)의 성장에 따라 세포조직의 증대, 신기관(新器官)의 형성과 성장, 각 세포간 및 조직간의 상호관계의 형성 등을 실현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한편 필요에 따라서 각 세포나 조직에 새로이 발생(發生)하는 정보를 말초신경(求心神經)을 통하여 중추신경에 전달하고, 중추는 다시 말초신경(遠心神經)을 통하여 세포나 조직에 새로운 지령(指令((情報))을 내리는데, 이 때 그 정보를 역시 원의식(原意識)이 전달한다. 이와같이 세포나 조직과 중추와의 사이에서 정보(情報)를 주고 받는 전달자의 역할(役割)도 원의식이 맡아 하게 된다. 이러한 것이 원의식의 기능(機能)이다. 이러한 기능은 모두 원의식(潛在意識)의 감지성(感知性), 각지성(覺知性), 합목적성(合目的性)에 기인한다. 원의식이 이와 같은 기능을 발휘하는 동안에 원영상(原映像)이나 관계상(關係像)이 발달하게 된다.
(3) 원의식상(原意識像)의 형성
생물체속의 잠재의식 즉 원의식은 감지성(感知性)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원의식은 직감적(直感的)으로 세포나 조직의 구조, 성분, 특성 등을 감지한다. 더욱이 세포나 조직의 상황변화(狀況變化)까지도 원의식은 감지하게 된다. 그 때 원의식(原意識)이 감지한 내용, 즉 원의식에 반영된 영상이 원영상(原映像)이다.
원의식에 원영상이 생긴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면, 물체가 거울에 비치는 것, 또는 필름의 노출에 의해 물체가 그 필름에 비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원의식은 또 각지성(覺知性)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감지(感知)한 상태를 지속하는 것, 즉 원영상을 파지(把持; 감지한 상태를 지속하는 것)하는 것이어서 파지성(把持性)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세포, 조직, 기관 등 체내의 여러 요소(要素)는 각각 개성진리체(個性眞理體) 및 연체(聯體)로서, 내적 또는 외적인 수수작용을 함으로써 존재하고, 작용하며, 성장한다. 예컨대 어떤 하나의 세포의 경우, 그 세포내의 제요소(핵과 세포질)간에 벌어지는 수수작용이 내적수수작용이며, 그 세포와 타(他)세포와의 사이에 벌어지는 수수작용이 외적수수작용이다. 그 때의 수수의 관계가 성립하는데, 필요한 여러 조건을 관계형식(關係形式)이라고 하며, 만물은 예외없이 그러한 조건을 갖춘 상황하(狀況下)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관계형식은 존재형식(存在形式)이라고도 한다. 이 존재형식은 만물이 존재하는데 있어서 짜여지게 되는 틀(framework)이기도 한 것이다.
이 존재형식이 원의식에 반영되어서 이루어진 영상을 관계상(關係像) 또는 형식상(形式像)이라고 한다. 원의식은 이와 같이 원영상(原映像)과 관계상(형식상)을 지니고 있는데, 원영상과 관계상을 합친 것을 원의식상(原意識像)이라고 한다.
(4) 사유형식(思惟形式)의 형성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인식주체(認識主體, 인간)가 갖고 있는 내용에는 물질적내용(형상적내용)과 심적내용(성상적내용)이 있는데 물질적내용은 대상(사물)의 속성과 같은 것이며, 심적내용(心的내용)은 원영상이다. 여기에서 물질적내용이 심적내용의 대응원(對應源)이 되는 것이다. 여기의 대응원(對應源)이란 1 대(對) 1의 대응관계에 있는 두 요소(要素)중 원인적 관계에 있는 요소를 말한다. 예컨대 물체와 그림자의 관계와 같은 것으로서, 물체가 움직이면 그림자도 그에 따라 움직이고, 물체가 정지하면 그림자도 정지한다. 이 때 물체(物體)는 그림자의 대응원(對應源)이라고 한다.
그리고 몸과 마음의 관계에 있어서 몸이 건강할 때 마음이 건강해지고 몸이 약할 때 마음도 약해진다고 하면, 이때 몸은 마음의 대응원(對應源)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식의 주체가 지닌 물질적(物質的)형식(形式, 형상적 형식)과 심적형식(心的形式, 성상적 형식)에 있어서 물질적 형식이 심적형식의 대응원(對應源)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물질적형식은 바로 대상(사물)의 존재형식이다.
이미 누차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의 몸은 만물의 총합실체상(總合實體相)이기 때문에, 만물의 속성 그대로가 몸의 속성이 되고, 몸의 속성이 원의식(原意識)에 반영되어서 원영상(原映像), 즉 심적(心的)내용이 되듯이, 만물의 존재형식도 그대로가 몸의 존재형식이 되고, 그것이 그대로 원의식에 반영되어서 심적형식(心的形式), 즉 관계상(關係像)이 된다. 심적형식이란 바로 사유형식(思惟形式)이다. 즉 사유형식의 뿌리는 존재형식이다. 따라서 존재형식(存在形式)은 사유형식의 대응원(對應源)이 되는 것이다.
세포나 조직에 있어서의 관계형식(關係形式, 존재형식)이 원의식에 반영되어서 관계상이 되는데, 이 원의식의 관계상은 일종의 정보가 되어서 대뇌의 중추에 전달되는 바, 먼저 수많은 관계상은 말초신경을 지나서 하위중추를 거친 다음 대뇌의 상위중추(皮質中樞)에 모인다. 그 과정에서 여러 관계상들이 정리되고 분류되면서 사유형식이 확정되어 피질중추에 도달된다고 본다. 즉 외계의 존재형식에 대응하는 심적 형식으로서의 사유형식이 심리(心理)속에 형성되는 것이다.
이 사유형식이 인간이 사고할 때에 그 사고가 따라야 하는 틀이 된다. 즉 인간의 사고(思考)는 사유형식(思惟形式)에 따라서 행해진다. 이렇게 되는 것을 사유형식이 사고를 규정한다고 말한다. 사유형식은 가장 근본적이고 일반적인 기본개념(基本槪念)을 의미하는 범주(範疇, 카테고리)와 동일한 것이다.
(5) 존재형식(存在形式)과 사유형식(思惟形式)
사유형식의 대응원이 존재형식이므로 사유형식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존재형식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개체와 개체(또는 요소와 요소)가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때의 형식 즉 관계형식이 곧 존재형식인 것이다. 통일사상에서 볼 때, 가장 기본적인 존재형식으로서 다음의 10가지가 있다.
①존재(存在)와 힘........ 모든 개체가 존재할 때, 반드시 거기에는 힘이 작용한다. 존재를 떠난 힘은 없고, 힘을 떠난 존재도 없다. 하나님으로부터의 원력이 만물에 작용하여 만물을 존재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②성상(性相)과 형상(形狀)......... 모든 개체는 내적인 무형(無形)의 기능적요소와 외적인 유형의 질량(質量), 구조(構造), 형태(形態)로 되어 있다.
③양성(陽性)과 음성(陰性)......... 모든 개체는 성상과 형상의 속성으로서 양성과 음성을 지니고 있다. 양성과 음성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언제나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음양(陽陰)의 조화에 의해서 미(美)가 나타난다.
④주체(主體)와 대상(對象)......... 모든 개체는 그 자체 내부의 상대적(相對的) 요소(要素) 사이에, 또는 그 개체와 다른 개체와의 사이에,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맺고 수수작용을 하면서 존재한다.
⑤위치(位置)와 정착(定着)......... 모든 개체는 일정한 위치에 정착한 후 존재한다. 즉 각 위치에는 거기에 적합한 개체가 자리잡고 있다.
⑥불변(不變)과 변화(變化)......... 모든 개체는 반드시 변하는 면과 변하지 않는 면을 가지고 있다. 피조물은 모두 자동적사위기대(정적사위기대)와 발전적사위기대(동적사위기대)의 통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⑦작용(作用)과 결과......... 모든 개체에 있어서, 주체와 대상의 상대적(相對的)요소(要素)가 수수작용을 하면 반드시 거기에 결과가 나타난다. 즉 수수작용에 의해 합성체(合性體)를 이루거나 신생체(新生體)가 생긴다.
⑧시간(時間)과 공간(空間)......... 모든 개체는 시간과 공간속에 존재하는 시공적(時空的)존재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사위기대(공간적 기대)를 형성하면서 정분합작용(正分合作用)(시간적 작용)을 하고 있음을 뜻한다.
⑨수(數)와 원칙(原則)......... 모든 개체는 수적존재(數的存在)인 동시에 법칙적존재이다. 즉 수는 반드시 법칙 또는 원칙과 일치(一體)가 되고 있다.32)
⑩유한(有限)과 무한(無限)......... 모든 개체는 유한적(순간적)이면서 무한성 (지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상은 통일원리의 사위기대(四位基臺), 수수작용(授受作用), 정분합작용(正分合作用)을 기반으로 하여 세워진 가장 기본적인 존재형식이다. 이것은 인식의 대상인 만물의 존재형식인 동시에, 인식의 주체인 인간 육신의 구성요소(構成要素)의 존재형식이다.
이들 존재형식에 대응하는 심적(心的)인 형태가 사유형식(思惟形式)이다. 즉
① 존재와 힘
② 성상과 형상
③ 양성과 음성
④ 주체와 대상
⑤ 위치와 정착
⑥ 불변과 변화
⑦ 작용과 결과
⑧ 시간과 공간
⑨ 수와 원칙
⑩ 유한과 무한
등이 그대로 사유형식이 된다. 존재형식은 물질적인 관계형식이며, 사유형식은 관념의 관계형식으로서 기본적(基本的) 개념(槪念)이다.
물론 이 외에도 존재형식이나 사유형식은 더 있을 수 있지만, 여기에 열거(列擧)한 것은 통일사상에서 본 가장 기본적인 형식이다. 칸트가 주장한 것 같이 사유형식이 존재와 무관계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고, 또 마르크스주의가 주장하는 것같이 외계의 실재형식(實在形式)이 반영되어 사유형식이 된 것은 더욱 아니다. 인간자신은 원래부터 외계의 존재형식에 대응하는 사유형식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인간자신은 원래부터 시간성과 공간성을 갖춘 존재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사유형식(思惟形式)을 가지고 있으며, 원래부터 주체성과 대상성을 갖춘 존재이기 때문에 주체와 대상의 사유형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10개의 존재형식에 정확히 대응하는 사유형식이 인간 마음에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