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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식(認識)에 있어서의 내용과 형식(形式)

일반적으로 내용과 형식을 말할 때, 사물속에 있는 것을 내용이라고 하고, 외부에 나타난 모양을 형식(形式)이라고 하지만, 인식론에서 다루는 내용이란 사물의 속성(屬性)을 말하고, 형식이란 그 속성이 규제(規制)되어서 나타나는 일정한 틀을 말한다(즉 속성이 일정(一定)한 틀을 통해서 나타날 때 그 틀을 형식(形式)이라고 한다).

(1) 대상(對象)의 내용과 주체의 내용

인식의 대상은 만물 또는 사물이므로, 대상의 내용이란, 만물(事物)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속성 즉 형태, 중량, 길이, 운동, 빛깔, 소리, 냄새, 맛 등을 말한다. 따라서 대상의 내용은 물질적 내용 즉 형상적인 내용이다. 한편 인식의 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에 주체의 내용이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속성을 말하는데, 그 속성도 만물(事物)의 속성과 같이 형태, 중량, 길이, 운동, 빛깔, 소리, 냄새, 맛 등의 물질적 내용인 것이다.

보통 인간의 속성(屬性)이라고 하면 이성, 자유, 영성(靈性) 등을 말하는 경우가 많으나 인식론에서는 내용의 상사성(相似性, 서로 닮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대상(만물)과 동일한 속성을 다룬다. 인간은 우주의 축소체(小宇宙)이며 만물의 총합실체상이므로, 인간은 만물이 가지고 있는 구조(構造), 요소(要素), 소성(素性) 등을 모두 통일적(축소적)으로 구비하고 있다. 즉 인간은 만물이 가지고 있는 속성과 동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체(인간)와 대상(만물)이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인식에 있어서의 수수작용은 성립(成立)되지 않는다. 인식은 일종의 사유현상(思惟現象)이기 때문에, 내용은 주체의 마음에도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주체의 마음속에 있는 이 내용이 원형(原型)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원형속의 내용 부분으로서, 원의식(原意識, 생명체가 가지는 潛在意識... ... 후술) 속에 나타나는 원영상(原映像)을 말한다. 이 원영상은 인간의 몸의 속성에 대응하는 심적영상(心的映像)으로서, 이것은 외계의 만물의 속성(물질적 내용)에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심적영상(心的映像) 즉 원영상(原映像)은 물질적 내용에 대응하는 心的내용 즉 성상적(性相的) 내용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몸의 속성은 만물의 속성(물질적 내용)에 대응하고 인간의 심적영상(心的映像, 原映像)은 인간의 몸의 속성에 대응한다. 따라서 결국 인간의 심적영상(心的映像)은 만물의 속성에 대응한다는 결론이 된다. 그러므로 인식에 있어서 주체(인간)의 心的내용 즉 원영상(原映像)과, 대상(만물)의 물질적 내용(감성적 내용)이 서로 대응하게 되어, 주체와 대상사이에 수수작용(授受作用)이 벌어져서 이때 인식이 이루어진다.

(2) 대상(對象)의 형식(形式)과 주체(主體)의 형식(形式)

인식의 대상인 만물(사물)의 속성은 반드시 일정한 틀(framework)을 가지고 나타난다. 이 일정한 틀이 존재형식(存在形式)이다. 존재형식은 사물의 속성의 관계형식이기도 하다. 이 존재형식 또는 관계형식이 인식에 있어서의 대상의 형식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우주의 축소체(縮小體, 소우주)이며 만물의 총합실체상이므로, 인간의 몸은 만물이 지니고 있는 존재형식과 같은 존재형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인식에 있어서의 형식은 마음속의 형식, 즉 사유형식이 아니면 안 된다. 이것은 몸의 존재형식이 원의식(原意識)속에 반영된 것, 즉 형식상(形式像; 또는 관계상)이며, 원형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3) 원형(原型)의 구성요소(構成要素)

인식에 있어서 판단의 기준(尺度)이 되는 주체속의 심적영상(心的映像)을 원형(原型)이라고 하며, 원형(原型)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첫째로, 원영상(原映像)이다. 이것은 인체의 구성요소인 세포나 조직의 속성이 원의식에 반영된 영상이다. 즉 원의식(原意識)이라는 거울에 비춰진 세포나 조직의 속성의 영상이 원영상인 것이다.

원형(原型)을 구성하는 둘째 요소는 관계상 즉 사유형식(思惟形式)이다. 원의식(原意識)에는 인체의 세포나 조직의 속성 뿐만 아니라 속성의 존재형식(存在形式, (關係形式)도 원의식(原意識)에 반영되어서 영상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관계상(關係像)으로서, 이 관계상이 현재의식의 사고작용에 일정한 제약을 주는 사유형식이 되고 있다. 이상의 원영상(原映像)과 관계상(關係像, 사유형식)은 경험과는 관계가 없는 관념(觀念) 즉 선천적(先天的)인 관념으로서, 원형에는 그 외에 과거 및 인식(認識)의 직전(直前)까지 경험에 의해 부가(附加)되는 후천적(後天的)인 관념(觀念)도 있다. 즉 인식에 앞서서 그때까지의 경험에 의해서 얻어진 관념(觀念; 경험적관념(經驗的觀念)은 그 후의 인식에 있어서 원형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한번 경험한 사물과 동일한 사물을 대하였을 때, 쉽게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원형(原型)은 원영상(原映像), 관계상(關係像, 思惟形式), 경험적관념(經驗的觀念)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에서 말한 바와 같이 원형(原型)은 경험에 앞서는 선천적(先天的)인 요소와 경험을 통하여 얻어진 요소, 즉 경험적요소로 되어 있다. 선천적요소(先天的要素)란 본래의 의미의 원형(原型)을 말하며, 원의식(原意識)에 나타난 원영상(原映像)과 관계상(關係像)을 말한다. 이것은 경험(經驗)과는 관계없는 선천적(先天的)인 원형이다. 이것을 원초적(原初的) 원형(原型)이라고도 말한다. 그리고 경험적요소(經驗的要素)란 일상생활의 체험에 있어서 마음속에 영상으로 나타나는 경험적(經驗的) 관념(觀念)을 말하며, 일단 나타나면 그 이후 원형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경험(經驗的) 원형(原型)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선천적(先天的) 원형(原型)과 경험적(經驗的) 원형(原型)이 결합된 원형을 복합원형(複合原型)이라고 한다. 일상생활에 있어서의 원형은 모두 복합원형(複合原型)인 것이다.

(4) 원형(原型)의 선재성(先在性)과 그 발달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원형에는 선천적(先天的)인 요소(要素)와 경험적(經驗的)인 요소(要素)가 있기 때문에 어떤 순간의 판단은 그 이전에 형성된 원형(複合原型)이 그 판단의 기준(척도)이 된다. 이와 같이 인식에 있어서 그 인식의 판단기준(原型)은 반드시 미리 갖춰져 있게 마련이다. 이 사실을 원형(原型)의 선재성(先在性)(priority)이라고 한다. 칸트는 인식의 주체가 가지는 형식을 선천적(先天的; a priori)이라고 주장했는데, 통일인식론에서는 주체가 지니는 원형의 선재성(先在性)을 주장한다.

그런데 인간이 출생하면서 가지고 있던 원형(原映像, 關係像)은 출생 직후의 유아의 경우 세포, 조직, 기관, 신경, 감각기관, 뇌 등의 미발달 때문에 아직 불완전하다. 따라서 인식은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아(幼兒)가 성장함에 따라 신체(身體)의 발달과 더불어 원영상이나 관계상은 점차로 명료해진다. 여기에 경험에 의해서 얻어진 새로운 관념이 계속 첨가된다. 이리하여 원형은 질적(質的)으로나 양적(量的)으로 발달한다. 이것은 곧 기억량의 증대 또는 새로운 지식(知識)의 증대를 의미하는 동시에 경험적 원형의 발달, 더 나아가서 복합원형(複合原型)의 발달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