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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인식과정(認識過程)과 신체적(身體的) 조건(條件)

통일인식론은 통일원리 또는 통일사상을 근거로 한 인식론이므로, 종래의 인식론과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통일인식론의 주장이 과학적 견해에 반한다든지 그것과 거리가 있다고 한다면, 통일인식론도 과거의 인식론과 마찬가지로 주창자(主唱者)의 단순한 주장으로 끝나서, 보편타당성이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종래의 인식론 즉 경험론이나 이성론, 칸트의 선험적(先驗的)인식론이나 마르크스주의 인식론은 모두 과학적인 견해와 무관계한 이론이었거나, 또는 오늘날의 과학적 견해와 일치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 있어서 그것들은 거의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통일인식론은 과학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타당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이제부터 논술(論述)하고자 한다.

(1) 심리작용(心理作用)과 생리작용(生理作用)의 병행성

통일사상은 이성성상인 원상(原相)을 닮아서 만물이 창조되었다는 이론에 근거하여, 모든 존재는 성상과 형상의 이성성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인간은 마음과 몸의 이중적존재(二重的存在)이며,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 조직, 기관 등도 모두 심적요소(心的要素)와 물질적요소(物質的要素)의 통일체인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활동이나 작용도 이중적(二重的)이어서, 거기에는 반드시 심리작용과 생리작용이 통일적으로 병행하게 된다. 따라서 통일사상에서 보면 인식작용도 반드시 심리적과정과 생리적과정이 병행하고 있다. 예컨대 마음과 뇌의 수수작용에 의해 정신작용(의식작용)이 나타난다. (그림9-7) 여기의 마음이란 생심(生心, 靈人體의 마음)과 육심(肉心, 육신의 마음)의 합성체인 것이다.

뇌(腦) 연구(硏究)의 세계적 권위자인 펜필드(W. Penfield, 1891~1976)는 뇌(腦)는 일종(一種)의 컴퓨터이며 마음은 그 컴퓨터를 조작하는 프로그래머(programmer)와 같다는 의미의 말을 하였다.36) 마찬가지로 저명한 뇌(腦) 연구학자인 엑클스(J. C. Eccles, 1903~)도 마음과 뇌(腦)는 별개의 것이며, 마음과 뇌(腦)의 상호작용으로서 심신(心身)문제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37) 그들의 주장은 마음과 뇌의 수수작용에 의해서 정신작용이 영위된다는 통일사상의 견해와 일치한다. 이것은 통일인식론이 주장하는 바가 과학적 견해(見解)와 일치한다는 실례(實例)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2) 원의식(原意識), 원영상(原映像)의 대응원(對應源)

다음은 통일인식론에 있어서의 독특한 개념인 원의식(原意識)과 원영상(原映像)에 대하여, 그것을 입증할 만한 과학자들의 견해를 살펴 보자.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원의식은 세포나 조직에 스며든 우주의식 또는 생명이며, 원영상은 이 의식(意識)의 필름에 찍힌 영상이다. 여기서 원의식은 목적의식이며, 원영상은 정보이다. 이것은 세포가 목적의식을 가지면서 정보에 따라 일정한 기능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사이버네틱스이론에 의하여 원의식과 원영상을 검증(檢證)해 보고자 한다.

사이버네틱스란 기계에 있어서의 정보의 전달과 제어(制禦)의 자동화방식(自動化方式)을 말한다. 생물에 있어서는 정보가 감각기관(感覺器官)을 통하여 중추에 전달되고, 중추신경이 그것을 통합하여 적절한 지령(指令)을 말초신경을 통하여 효과기(效果器; 근육)에 보내게 되는데, 이 현상은 자동기계의 자동조작과 같은 것이어서 생물에 있어서의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현상이라 불리운다. 그러나 생물의 경우, 그 자동현상은 문자 그대로의 자동조작이 아니라 그 생물이 지닌 자율성(自律性)에 의한 자율적인 조작이다.

이러한 사이버네틱스 현상은 한 개의 세포에서도 볼 수 있다. 즉 세포질로부터 핵으로의 정보의 전달과, 이에 대한 핵의 반응이 끊임없이 자율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세포의 생존(生存), 증식(增殖) 등이 행해진다. 이러한 사이버네틱스 현상을 통하여 한개의 세포에서도 자율성이 작용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이 세포에 있어서의 자율성이 바로 생명이며, 원의식이다. 예컨대, 프랑스의 생리학자(生理學者) 앙드레 구도-페로(Andree Goudet-Perrot)는 그가 저술한 생물의 사이버네틱스 속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세포의 정보원(情報源), 즉 암호를 가지고 있는 세포핵이 세포질의 작은 기관(mitochondria, Golgi complex등)에 명령을 하면서 세포의 생활에 필요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세포의 암호란 생물의 해부학적 형태 및 본질적 기능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당연히 생기게 될 것이다. 첫째로, 암호는 해독되고 기억되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 해독과 기억의 주체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둘째로, 세포의 생활에 필요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하여 세포핵이 명령을 하려고 할 때, 세포핵은 세포 내부의 상황을 정확히 각지(覺知)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 각지(覺知)의 주체는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현상 면만을 취급하고 있는 과학(生理學)의 입장에서는 대답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성성상이라는 이론을 가진 통일사상은 거기에도 성상(性相)으로서의 합목적적(合目的的)인 요소 즉 의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할 수가 있다. 세포 속에 있는 이 의식이 바로 원의식이며, 정보가 원영상인 것이다.

(3) 인식(認識)의 3단계의 대응원(對應源)

이상으로 인식에 있어서의 삼단계인 감성적단계, 오성적단계, 이성적단계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그런데 오늘날의 대뇌생리학(大腦生理學)은, 대뇌피질(大腦皮質)에 이와 같은 인식의 3단계에 대응하는 생리과정이 있음을 알리고 있다. 대뇌피질(大腦皮質)은 크게 나누어 감각기로부터 신호를 받는 감각야(感覺野, 감각분야), 수의운동(隨意운동(運動); 의도에 따라 움직임)에 관계되어 신호를 내보내는 운동야(運動野), 그리고 그 이외의 연합야(聯合野)로 나누어진다. 연합야는 앞머리연합야(前頭聯合野), 두정연합야(頭頂聯合野), 옆머리연합야(側頭聯合野)로 구분되는데, 전두연합야는 의지(意志), 창조(創造), 사고(思考) 등의 기능에 관계되고, 두정연합야는 지각(知覺), 판단(判斷), 이해(理解) 등의 기능에 관계되며, 측두연합야는 기억의 메카니즘에 관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먼저 빛, 소리, 맛, 향기, 촉감(觸感) 등의 정보가 말초신경을 통하여 각각 시각(視覺), 청각, 미각, 취각, 피부감각(체성감각) 등의 감각야에 전해진다. 여기의 감각야에 있어서의 생리적과정(生理的過程)이 감성적(感性的)단계의 인식에 대응하는 것이다. 다음에 감각야의 정보는 두정연합야에 모여져서 거기에서 지각되고 판단(이해)되는데, 이것이 오성적(悟性的)단계의 인식에 대응하는 생리적 과정이다. 그리고 이 이해, 판단을 터로 하고 전두연합야에서 사고가 이루어지고, 이어서 창조활동이 행해지게 되는데, 이것이 이성적(理性的)단계의 인식에 대응하는 과정이다. 이와 같이 삼단계의 인식에는 각각 대뇌(大腦)의 생리적인 과정이 대응하고 있다.도표로 표시하면 그림 9-8과 같다.

(4) 정보전달에 있어서의 심리적 과정(心理的 過程)과 생리적 과정(生理的 過程)의 대응관계

인체(人體)는 항상 몸의 외부나 내부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받아들인 후 이것을 처리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작용이 행해진다. 눈, 귀, 피부 등의 수용기(感覺器)가 받아들인 자극은 임펄스(impulse)가 되어서 신경섬유의 구심로(求心路)를 통하여 중추신경에 이른다. 중추신경은 그 정보를 처리하여 지령(指令)을 방출(放出)하는데, 그 지령이 임펄스로서 신경섬유의 원심로(遠心路)를 통하여 근육, 분비선(分泌腺) 등의 효과기에 전달되어 반응을 일으킨다.(그림 9-9)

어떤 자극을 받을 경우, 무의식중(無意識中)에 즉 상위중추(上位中樞)와는 관계없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반사(反射)라고 한다. 이 경우 척수(脊髓), 연수(延髓), 중뇌(中腦) 등이 그와 같은 반사중추가 되어서 자극에 대하여 적절한 지령을 보내곤 한다.

여기서 수용기(受容器)를 통해 들어온 정보가 어떻게 해서 전해지는가를 알아보자. 수용기에 들어온 정보는 거기에 있는 신경세포에서 전기적(電氣的)인 신경임펄스로 변한다. 신경임펄스란, 신경섬유의 흥분부위와 흥분하지 않은 부위와의 사이의 막전위(膜電位)의 변동을 말하는데, 그것이 신경섬유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그때 생기는 전위의 변화를 활동전위(活動電位)라고 한다. 신경섬유의 막(膜)이 정지(靜止)한 상태에서는 그 막의 내측이 負(-)의 전기를 띠고 있으나, 임펄스가 통과할 때 전하(電荷)가 역전(逆轉)되어 내측(內側)이 正(+)으로 대전(帶電)한다. 이것은 나트륨이온이 내측(內側)에 유입(流入)됨으로써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어서 칼륨 이온이 외측(外側)에 유출(流出)됨으로써 하전(荷電)은 원래의 상태를 회복한다. 이와 같이 하여 막전위(膜電位)의 변동이 일어나서, 이것이 이동하게 된다. (그림 9-10)

다음은 신경세포의 연결부 즉 시냅스(synapse)에 있어서 신경임펄스는 어떻게 전달되는 것일까. 시냅스는 체액(體液)이 들어 있는 공간으로서 이 시냅스에 이르러 전기적인 임펄스가 화학적인 전달물질로 변환(變換)되어서 시냅스의 간극(間隙; 틈새)을 이동한다. 그리고 그 화학물질이 다음의 신경섬유에 도달하게 되면 거기서 다시 전기적임펄스로 변환(變換)된다. 즉 한 신경세포의 신경섬유를 흐르는 전기적(電氣的)인 신호가 시냅스에서는 화학적인 신호(化學物質)로 변하고, 그 화학적신호가 다음의 신경세포의 신경섬유에 도달하면 다시 전기적인 신호로 변하게 된다. 시냅스에 있어서의 전달물질은, 전기 임펄스가 흐르는 신경이 운동신경이나 부교감신경의 경우에는 아세칠콜린(acetylcholine)이며,교감신경의경우에는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임이 밝혀졌다. 이상에서 설명한 정보전달의 메카니즘을 도표로 표시하면 그림 9-11과 같다.

이상이 정보전달에 대한 생리적과정(生理的過程)인데, 통일사상에서는 이 생리적과정의 배후에 반드시 의식과정이 병존(竝存)하고 있다고 본다. 즉 신경섬유에 있어서의 활동전류나, 시냅스에 있어서의 화학물질의 이동의 배후에 원의식이 작용하고 있으며, 이 원의식이 정보의 내용을 각지(覺知)하면서 정보를 중추에 전달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원의식을 정보의 전달자로 간주할 수가 있다. 그래서 신경섬유에 있어서의 활동전류나 시냅스에 있어서의 화학물질의 출현은, 정보의 전달자인 원의식에 의해서 생겨나는 생리적(物理的現象)으로 보는 것이다.

(5) 원형(原型)의 형성에 있어서의 대응관계(對應關係)

앞에서 원영상(原映像)과 관계상(關係像)의 대응원이 각각 세포나 조직의 내용과 요소의 상호관계에 있음을 분명히 밝혔는데, 그것들을 각각 말단원영상(末端原映像)과 말단관계상(末端關係像)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에 대하여 인식의 오성(悟性)단계에서 나타나는 원영상과 관계상을 중추(中樞)원영상과 중추(中樞)관계상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말단원영상이 신경로(神經路)를 통하여 상위중추에 이르는 과정에 있어서, 중추신경계의 각 중추(中樞)에서 선별되고 또 복합(複合) 연합(聯合)되어서 중추원영상이 된다. 말단관계상의 경우도 중추신경계의 각(各) 중추(中樞)에서 선별되고, 또 복합(複合) 연합(聯合)되어서 중추관계상이 되는데, 이 중추(中樞관계상이 대뇌피질(大腦皮質)에 이르러 사유형식이 된다. 또한 그 때, 대뇌피질에 있는 지각중추의 중추신경계 各 위치(位置)는, 각각 그 위치에 있어서의 원영상과 관계상을 보관하고 있게 된다.

인식의 원형(原型)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원영상(原映像)과 사유형식 외에 경험적영상(經驗的映像) 또는 경험적관념(經驗的觀念)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이것은 그때까지의 경험에서 얻어진 영상(관념(觀念))이 기억중추에 보관되어 있다가, 그 후의 인식에 있어서 원형의 일부가 된 것이다. 이 때 원영상(原映像)과 사유형식을 선천적원형(先天的原型)(또는 원초적원형(原初的原型))이라 하고 경험적영상을 경험적원형(經驗的原型)이라고 한다.(전술(前述)) 중추신경계에 있어서, 정보가 하위(下位)에서 상위(上位)로 이행함에 따라 정보의 수용량(入力)과 방출량(出力)이 증대함과 동시에, 정보의 처리방법은 보다 더 포괄(包括)化되고 보편화된다. 이것은 한 국가의 행정에 있어서 행정조직이 위로 올라갈수록 취급하는 정보량이 증대하고, 정보의 처리방식도 보다 포괄적, 보편적으로 되는 것과 같다.

가장 상위의 중추 즉 대뇌(大腦)피질에 있어서, 정보의 수용(受容)은 바로 인식이며, 정보의 보관은 곧 기억이다. 그리고 정보의 방출(放出)은 바로 구상(思考)과 창조와 실천이다. 이와 같은 대뇌피질의 통합작용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하위중추(下位中樞)의 통합작용도 그 방식은 대뇌피질의 그것과 동일하며, 이러한 의식에 의한 합목적적(合目的的)인 통합작용이 각각의 중추에서 행해지고 있다. 여기의 합목적적(合目的的)인 통합작용(統合作用)이란 생리적 통합작용과 의식적(정신적) 통합작용의 통일을 말한다. 그리하여 중추신경의 각 위치에 있어서, 생리적인 통합작용과 의식적인 통합작용이 병행되면서 통일적으로 행해진다. 즉 중추신경의 정보(神經임펄스)의 전달이라는 생리과정에는 반드시 판단, 기억, 구상 등의 심리과정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상(關係像; 형식상(形式像)의 전달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同정보가 하위의 중추에서 상위의 중추로 이행함에 따라, 그 다양한 정보가 처리를 통하여 점차 단순화되는데, 이것은 말단의 개별적인 관계상이 상위로 이행함에 따라 점차로 보편화되고 일반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대뇌피질(大腦皮質)에 이르면 완전히 개념화되어서 사유형식 즉 범주가 된다. 이것은 마치 행정시책(行政施策)이 행정조직의 말단(末端)으로 갈수록 보다 더 개별성(個別性), 특수성(特殊性)을 띠게 되고 중앙(中央)으로 갈수록 일반성(一般性), 보편성(普遍性)을 띠는 것과 같다 하겠다.

(6) 원형(原型)과 생리학(生理學)

원형(原型)이란, 인식에 있어서 주체가 미리 가지고 있는 관념이나 개념을 의미하며, 이것을 다른 말로 기억(記憶)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앞에서 인간은 선천적(先天的)인 원형과 경험적인 원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것에 대하여 생리학자(生理學者)의 표현을 빌린다면, 유전적기억과 경험에 의한 획득기억에 해당한다고 하겠다.41) 생물체로서의 인간의 세포나 조직에 관한 정보인 유전적기억(遺傳的記憶)은, 대뇌변연계(大腦邊緣系)-대뇌(大腦)의 신피질(新皮質)에 싸여져(包圍되어) 있는, 구피질(舊皮質)로 된 부분- 등에 축적되어 있다고 뇌생리학(腦生理學)은 보고 있다. 그러면 획득기억(獲得記憶)은 의학적으로 볼 때 어떻게 해서 어디에 축적되어 있을까.

기억에는 수초간(數秒間) 지속되는 단기(短期)의 기억과 수시간에서 수년간에 걸쳐 지속되는 장기(長期)의 기억이 있다. 단기의 기억은 전기적(電氣的)인 반복회로(反復回路)를 터로 한다고 되어 있다. 한편 장기의 기억에 대해서는 뉴론회로설(回路說)과 기억물질설(記憶物質說)의 두 가지 설(說)이 주장되어 왔다. 뉴론회로설(回路說)은, 개개의 기억은 접합부(시냅스)에 변화가 이루어진 특수한 뉴론의 회로망(回路網)에 축적된다고 하는 입장이고, 기억물질설은 개개의 기억에 대해서 RNA나 펩티드 등의 기억물질이 관계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억물질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42) 장기(長期)의 기억의 자리(座)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추측된다. 대뇌(大腦) 내부의 대뇌변연계(大腦邊緣系)에는 해마(海馬)로 불려지는 부분이 있다. 이 해마가 정보 기억의 역할을 다하고, 그 후 기억은 대뇌신피질(大腦新皮質; 측두엽)에 영속적으로 축적된다고 되어 있다. 즉 기억은 해마(海馬)를 통하여 측두엽(側頭葉)에 축적된다고 보고 있다.

인식에 있어서 이와 같은 기억(축적되어 있는 지식)이, 감각기관(感覺器官)을 통하여 들어온 외계로부터의 대상의 정보와 조합(照合)되어 판단된다는 것을 구도-페로(Andree Goudot-Perrot)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감각수용기(感覺受容器)에 의해서 받아들여지는 정보-이들 정보는, 대뇌피질 감각중추에 의해서 획득되어 `기억(記憶)'속에 저축되어 있는 지식과 조합(照合)되어 판단된다.‘ 이러한 판단관(判斷觀)은, 외계에서 들어온 정보(외적영상(映像))가 원형(내적영상(映像))과 조합된 후 일치 또는 불일치가 판단되는 것이 인식이라고 하는, 통일인식론의 주장과 일치(一致)하는 견해인 것이다.

(7) 관념(觀念)의 기호화(記號化)와 기호(記號)의 관념화(觀念化)

마지막으로 기호(記號)의 관념화와 관념의 기호화(記號化)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주체인 인간이 대상을 인식할 때, 대상의 정보가 감각기에 도달하면 그것은 임펄스가 되어서 감각신경을 타고 상위중추(上位中樞)에 도달하며, 대뇌피질의 감각중추에서 임펄스(일종(一種)의 기호)는 관념화되어서 의식의 거울에 일정한 영상(映像; 觀念)으로 비쳐진다. 이것이 기호(記號)의 관념화(觀念化)이다. 이에 대하여, 실천(實踐)의 경우 어떤 일정한 관념에 따라 행동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그때 그 관념이 임펄스가 되어서 운동신경을 통하여 효과(效果)器(근육)에 이르러서 이것을 움직인다. 이것이 관념(觀念)의 기호화(記號化)이다. 임펄스는 일종(一種)의 기호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대뇌생리학(大腦生理學)에 의하면, 인식에서 생긴 관념이 기억으로서 뇌의 일정한 장소에 저장될 때, 그 관념은 뉴론의 특수한 결합의 양식(樣式)으로서 기호화되고, 또 그 기호화된 기억이 필요에 따라서 상기(想起)될 때, 의식(意識)은 기호를 해독하여 관념으로서 이해한다고 한다. 이것은 기억의 저장과 상기(想起)에 있어서도 관념의 기호화와 기호의 관념화가 행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 예로서 대뇌생리학자(大腦生理學者) 가자니가(M. S. Gazzaniga)와 레두우(J. E. LeDoux)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들의 경험은 매우 많은 특징(特徵)을 가지고 있으므로, 경험의 개개의 특징이 뇌(腦) 안에서 각각 특이하게 부호화(符號化)된다고 간주한다. 기억(記憶)의 저장과 부호화(符號化) 및 부호의 해독(解讀)이, 다면적(多面的)인 과정에서 뇌(腦)속에서 다량(多量)으로 수행(遂行)되고 있다는 사실은 금후에 더욱 명백하여 질 것이다.

이와 같은 관념(觀念)과 기호(記號)의 상호전환은, 마치 1차코일과 2차코일 사이를 유도(誘導)에 의해 전류가 이동하는 것같이, 관념(觀念)을 지니고 있는 성상적인 심적(心的)코일과 기호(記號)를 지니고 있는 형상적(形狀的)인 물질적코일(뉴론)과의 사이에 생기는, 일종의 유도현상(誘導現象)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념(觀念)과 기호(記號)의 상호전환은, 인식작용이 심적과정과 생리적과정의 수수작용에 의해서 영위(營爲)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해 준다.